이번 여름휴가는 뭘 하면서 보낼까 하고 고민하던 중에
미야노우라다케 트레킹을 하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회사 선배가 후지산을 강력하게 추천했고,
일반인은 7~8월만 등반할 수 있대서 갈등을 하고 있었드랬습니다.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된 후지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 사진한장으로 바로 후지산 산행을 결심!
후지산 입구까지 가는 버스, 숙박 이런것들을 따로 예약할려니 일본어도 안되는데다
너무 번거로워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현지 패키지가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도쿄-후지산(숙박포함)-온천-도쿄 순으로 데려다 주는 것이고
자유등반이라 가격도 거의 비슷해서 바로 신청했습니다..
아주 꼼꼼하게 준비를 하려고 했으나,
휴가 전날까지 바쁜일이 있어서 대충 준비하고 출발합니다..
참고로 등산은 원래 안 좋아했었는데
어느 분이 올리신 덕유산 향적봉 사진을 보고서
나도 저런 사진 한번 찍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서는
바로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 태백산 1회, 삼성산 1회, 북한산 5회, 수락산 등산 후 6차 뒷풀이로 떡실신 1회,
지리산 1박2일 등산으로 간본 뒤, 지리산 2박3일 종주 막판 낙오 1회의 경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ㅎㅎ
일본 각 지역에 대한 에세이는 많이 올라와 있으니 후지산 산행에 대한 것만 올리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합니다~
뭔놈의 미쓰비시 은행이 그 짧은 거리에 몇 개씩이나 있는지
몇번이나 물어보고서 겨우 찾아서 가니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맞나보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이드가 뭐라뭐라 하면서 여기저기 쫓아다닙니다..
이거 뭔가 있다는걸 직감하고서 가서 물어보니..
예약현황 확인하고 버스좌석 안내해주는 거 였습니다..
역시 군대에서 갈굼당하면서 배운 눈치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없어지지 않나봅니다..
어떻게 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밖에서 지네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동안
버스에 올라타서 짐정리하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들 한컷 찍어줍니다..
그러고서 비어있는 내 옆자리를 보는 순간 스쳐가는 생각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
1. 혼자 온 미모의 한국츠자가 내 옆자리로 좌석 배정..
2. 버스가 출발하고 서로 한국인임을 알아보고 가는 도중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유지..
3. 마침 자유 등반이라 등산하는 내내 서로 의지하며 정상에 도착.
4. 하산해서 여행일정도 자유여행이라 남은 일정을 함께 보냄.
5. 한국와서 아쉬운 맘으로 헤어지고 연락처를 주고 받음.
6. 이후 몇번을 더 만나고 연인사이로 발전하고 곧 결혼.
7.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삼
두번째 시나리오
1. 혼자 온 미모의 일본츠자가 내 옆자리로 배정..
2. 인사하다가 한국사람임을 알아보고 어설픈 영어로 대화 시작..
3~7번까지는 첫번째 시나리오와 동일
츠자인가의 여부가 중요하지 국적은 가릴때가 아니란;;; ㄷㄷㄷ
그렇습니다..
아무리 시나리오라지만 이런 건 3류, 아니 5류 영화에도 안나오는 즛질 시나리오 되겠습니다..
설사 저렇게 됐다고 해도 한국츠자도 그렇고, 외국츠자라고 남자 보는 눈이 없겠습니까..
보는 눈은 다 똑 같은 겁니다.. ㄷㄷㄷㄷ
얼마 후 내 옆자리로 배정받은 분은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더 이상 대화가 불가능한걸 알아차리시고는 잠을 청하십니다..
저도 자고 싶었다고욧! ㅎㅎㅎ
그런데 비가 장난 아니게 옵니다..
줸장할.. 사진찍으러 왔는데 비가 이렇게 오면 나는 어쩌란 말이냔;;
내리기 전 가이드가 3분여를 얘기하는데 알아들은 건 구다사이만 세번;;;
왜 영화에서 많이 보던 야메떼, 기모찌 이런말은 안하는지 모르겠습니다..ㄷㄷㄷㄷ
뭐 어쨌든 자유산행이니 내려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죄다 히라가나 가타가나여서 알아볼 수 없지만,
본능적으로 식당을 찾아서 갔는데 줄이 엄청 깁니다..
전 밥을 먹고 싶었는데, 오므라이스 빼고는 맛있어 보이는 것도 별로 없는데다,
결정적으로 발음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오므라이스를 시켰습니다..
근데 국물은 왜 안주는 거냔;;; 목이 막혀서 디질뻔 ㄷㄷㄷ
잠깐 자리비운 사이에 잽싸게 앞에 거를 한컷 찍어줬습니다.
점심을 대충 해치우고 올라갈수록 물이 비싸진다니
2L짜리 하나 사고 기념품가게 잠깐 들러서 구경하다가 바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날씨가 이러니 좀 두렵기도 하고 적당히 설레이기도 하고 기분이 묘합니다..
십미터 앞도 보이질 않으니..
에세이는 어케 쓰냐.. 큰일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내공은 요듬 국민스포츠인
이게 다 날씨 때문이다라고 우기면 되는 거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췌 이건 뭔말이냔;;;
이럴 때 바로 말이 나타납니다..
어떤 용도로 키우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여섯 마리를 저기서 키우더라고요..
결론은 뭔말인지 모르겠다 되겠습니다..
여전히 비는 오고..
한자만 읽어도 대충 무슨 말인지는 이해가 갑니다..
뭔가 보이면 대로 찍기로 결심하고 오르는데
약간 운무가 끼어서 한 컷 찍어줬습니다..
간만에 하는 산행이라 힘들거라고 생각했지만,
날씨가 선선하고 경사가 완만해서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습니다..
저 지팡이를 입구에서 사서 짚고 올라오는데
사실 등산스틱의 역할을 하기엔 손잡이가 너무 불편하게 되어 있고
방울도 달려있는거 보면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거 같은데
이거 말이 안통하니 물어볼 수도 없고..
어쨌든 있는 등산 스틱도 짐될까봐 안들고 왔는데
만원 이상을 투자해서 저걸 산다는건 오바질이므로 패스~
잠시 쉬는동안 내뒤를 따라 올라오는 사람입니다.
출발점이 오합목이 벌써 2,000m가 넘는 고산지대라 그런지
저기 밑에 한무리 등산객들이 보입니다..
일본인들은 정말 줄을 잘 섭니다..
저런 무리들은 정상까지 가는 동안 대여섯번은 본 듯 합니다..
일본 여행사 직원들은 여행객들이 말을 잘들어서 편할거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멀리까지 보여서 가까울거 같지만, 막상 올라가면 꽤 먼 거립니다..
길이 멀게 나와서 가까이 가서 찍어야지 하고선 다시 걷습니다..
정말 짐작할 수 없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다 쉬려고 배낭을 내려놨는데
뒤따라오던 청년도 같이 쉬나 봅니다..
뭘 주섬주섬 꺼내는데 가만보니 담배 같습니다..
담배를 끊은지 일년도 넘었고, 두어번의 고비 빼고는 잘 참아왔는데
거기서는 유난히 한대가 땡깁니다..
그렇지만 안그래도 의지가 약한데...
여태 참아온 거 한번 피면
또다시 흡연의 세계에 빠져 버릴까봐 욕구를 억누르고 다시 걷습니다..
두시간 정도를 걸었는데 벌써 7합목이라는 산장이 나옵니다..
숙소가 8합목에 있는데 벌써 7합목이라면 후지산도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뭔가 이상합니다..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가파른 길도 나타나고..
비도 더 심해지는데다 산장이 안나타납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7합목이 특정지점이 아니고 일정구간이었던 겁니다..
아까 봤던 산장은 7합목 맨 첨 산장이었던 것이고..
갑자기 힘이 배로 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ㄷㄷㄷ
괜히 좋다가 말았지만 높은 산이 이리 밋밋하면 흥미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 다시 오릅니다..
다녀와서 생각해보니..
이 구간이 가장 힘들고 가팔랐던 구간이 아닌가 합니다..
비가 많이 와서 미끄럽기도 했고..
한참을 오르다 보니 해발 3,000m라는 표지판이 나옵니다...
지리산이 2,000미터 조금 안됐는데.
그러고 보면 살면서 걸어서는 가장 높은 지점에 올라와 있는 셈인데.
표지판의 그림이 왠지 그 순간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듯한 귀여운 캐릭터입니다...
다시 걷기 시작해서 산장에 도착하니 제가 1착이었습니다.
패키지로 하다보니 찾기가 좀 어려운데를 지정해뒀는지 두어번 물어보고서 겨우 찾았습니다.
들어가니 찰스처럼 생긴 총각이 반갑게 맞으면서 비닐봉투를 주는데
내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슈~우~즈, 잠바 이 두마디로 해결 됩니다..
하나는 젖은 옷 넣고 하나는 신발을 넣으라는 얘깁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콩글리쉬와 잽글리쉬가 만나면
의사소통이 안된다는 걸 알고서 그냥 두손들고 자리 배정 받습니다..
산장은 위사진과 같습니다..
자리 배정해주는 청년은 영어가 꽤 유창하고 학교에서 배운 문법을 지켜줍니다..
그래서 꽤 쉽게 이해를 하고 자리 배정을 받았는데,
웃긴 건 내 공간이 베개 하나하고 반이라는 것이고, 이불도 공유해야 한다는 겁니다..
어쨌든 비를 맞고 계속 등산해서 추워서 그런지 들어가서 한숨 청하고 있는데
저를 깨웁니다..
“바그상, 바그상” 밥 먹으래서 갔더니, 좌석배정까지 다 되어 있습니다..
메뉴는 카레라이스~
산장에서 해주는 밥이 얼마나 맛있겠나 싶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사진이 없는데 이거라고 말하니 좀 이상하네요..
다들 조용하게 밥먹는데 도중에 일어나서 사진찍으면 쳐다볼거 같아 생략했는데.. ..
지금 생각해보니 좀 아쉽네요....
뚝딱하고 비우고서 다시 잠을 청합니다..
밖에는 계속 비가와서 사진찍으러 나갈 수도 없고, 혼자갔으니 친구도 없고, 말도 안통하니 할수 있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잡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부스럭 댑니다..
깨서 보니 일본컵흘인데, 등산하러 왔음 등산을 해야지 그 좁은 산장에서 왜 그르냔;;;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잠을 청했는데 배에서 가스가 찹니다.
화장실도 천원내고 가야해서 망설이다가, 가스가 직장 10cm까지 압박을 해와서
망신을 당하는 것보다 천원으로 우아한 삶을 택하기로 하고 얼른 해결하고 옵니다..
속이 편해서 그런지 금방 잠이 와서 자다가 소란스러워서 깼는데, 새벽 세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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