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장엔 비박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취사장도 만원입니다..
밥하는 냄새, 삼겹살 냄새를 맡으니..
나도 이제 배가 고프다..
사진 찍어달라고 부탁하기도 귀찮고 해서..
그림자를 담습니다.. ㅎㅎㅎ
얼굴 안나오는게 오히려 더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헬기장엔 비박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열정에 박수를!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오히려 비박이 더 편하겠더라는...
취사장은 만땅이라 식탁은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대충 바닥에 자리를 폅니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저녁식단이고 나름 요리도 자신있는데..
밥은 다 태워서 삼층밥 만들고,
삼겹살은 한장 구우니 바닥이 다 타서 당췌 먹을 수가 없습니다..
아.. 눈물을 머금고.. 라면을 사서 라면에다 설익은 밥을 같이 끓입니다..
산행에서는 무엇보다 든든하게 먹어야 하니 말입니다..
쪽팔려서 얘기도 못하겠고..
다음 산행에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대충 저녁해결하고 산장으로 들어가서 누웠는데..
입이 계속 텁텁한데 생수로 양치를 해야 하므로 잠시 망설입니다..
하지만 언제 물을 사서 그 물로 양치를 하는 럭져리한 생활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과감하게 양치를 하러 갑니다..
근데 일몰이 시작되는게 아닌가..
양치를 하러 안나왔으면 놓쳐버릴 뻔한 사진입니다..
얼른 양치를 끝내고 뛰어 들어가서 삼각대와 카메라를 들고와 찍은 사진인데..
광각이라 아쉽지만.. 넓게 담는 것으로 만족~
일몰이 이정도면 일출이나 운해는 완전 ㅎㄷㄷ 하리라는 생각으로 산장으로 들어왔습니다..
기대됩니다..
산장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2층까지 있고, 비박안하는게 어디냐 하고 침낭을 깔고 일찍 누웠습니다..
산장예약을 못한 사람에게 산장 복도를 순차적으로 채워주느라 소란스럽지만..
소등은 21시에 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몸은 피곤한데 잠이 쉽게 오지 않습니다..
남자들만 있는 곳인데 옆에옆에서 여자 목소리도 들립니다..
거기서 이상한 짓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합니다..
커플인가 본데.. 손을 잡고 잘건지.. 이불을 같이 덮을 건지와 같은 문제는
그렇게 진지하게 얘기하면서 고민해야 되는게 아니거늘..
그런 용도라면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눈치안보면서
지낼 수있는 곳이 저~~~어기 산밑에 많단 말이닷! 췟!
뭐 그것까지는 참습니다..
그래도 내일을 생각하며 잠을 청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5.1 채널의 코고는 소리가 써라운드로 들려옵니다..
더 꼬인건 내 양쪽에 있는 사람들은 우퍼라도 장착했는지 침상바닥이 울립니다...
술도 별로 안먹어서 잠도 잘 안오는데;;;; 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고 하지만..이번엔 코골기+이갈기 2단콤보 작렬!
아..
담부터 비박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당장 급한 건 오늘은 어케 잠을 좀 자야 하는데..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요건 내가 배정받은 자리~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는데..
산장에서 사람들은 세시반부터 부산을 떨더니 네시 정도에 전부 천왕봉으로 출발합니다.
난 공연히 일찍 올라가봤자 추위에 떨기만 떨지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네시반까지 기다렸다가 느긋하게 출발합니다다.
낮에 밖에서 저쪽이 천왕봉이라고 얼핏 들은지라
고민도 하지 않고 그쪽으로 오르는데 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 앞쪽에 불빛도 안보이고..
뭔가 이상한듯 해서 다시 내려와 물어보니..
그쪽이 아닌가벼~ 그럼 그렇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모르면 얘길 하덜 말아야지!!
윗쪽에 올라가는 사람들의 헤드랜턴이 보이고..
자세히 보니 그쪽 봉우리가 더 높으니 천왕봉이 맞나 봅니다..
천천히 올라가는데 가까울 줄 알았더니 의외로 멉니다..
저 멀리 주변이 벌건 것이 해가 뜨려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내가 산행을 하는 목적이 천왕봉 일출이나 운해를 담는 것이고,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을 한번 등산에 볼 수 있는 절대절명의 순간인데..
이렇게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뛰기 시작합니다..
무리없이 산행을 마치는게 목표였지만 그건 일출 보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입니다..
중산리로 바로 내려갈 작정이라 배낭도 있긴 한데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앞에가는 사람 하나둘씩 제치고 이제 다왔나 보다 생각할 때 쯤 몇번이고 나타나는 봉우리들..
맘은 급해져만 갑니다..
눈앞에 보이는 천왕봉을 보면서 맨손으로 땅을 집고 오르기를 10여분..
그렇게 고맙던 스틱은 그 순간엔 장애물일 뿐입니다..
물에 빠진넘 건져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고.. 이건 아닌가? ㅎㅎㅎ
어쨌든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
다행히 해는 아직 뜨지 않았습니다..
운좋게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적당한 공간을 발견했고,
배낭을 두고 카메라를 꺼내는데 이제 해가 모습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아래로 잠시 일출 사진 잠시 감상~
추위도 추위지만 내 몸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삼각대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고
감도만 조금 높여서 찍는데 셔터속도가 확보 안됩니다..
광각렌즈의 스킬 향상시키려고 일부러 망원렌즈를 안들고 왔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감도를 800까지 높이니까 셔속은 확보 되지만
컴터로 옮기면 노이즈가 자글자글 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ㅜㅜ
하지만 일출을 보는게 어디냔 ㄷㄷㄷㄷ
오~오~오~~오~~
몸을 가눌 수 없을만큼 강한 바람 때문인지,
아님 콧물이 질질 흐르고 손이 터져버릴 것 같은 추위 때문인지,
적당한 산행으로 몸이 데워져 있어서 감동이 더 했기 때문인지,
사람들 대부분이 오~오~오~~감탄사를 연발합니다..
난 셋 다였지만, 의식해서 낸다기 보다는 절로 나오는 소립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동입니다..
살면서 서너번 정도 일출을 봤었는데 이런 느낌은 첨입니다..
비록 날아가버릴지 모르는 모자를 손으로 잡고 언 손으로 흐르는 콧물을 훔치고 있을지라도..
그 감동이 반감되는 건 아닙니다..ㅎㅎㅎㅎㅎ
나도 인증샷 한컷!
광각의 힘!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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