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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지리산 - 3






정상은 바람 때문에 손이 얼어터질 거 같아서

일단 후퇴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녹입니다..

 

주변 능선경관도 좋아서 몇 컷 더 찍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중산리로 내려옵니다.

 

지리산은 이게 참 좋습니다..

방향 표시가 정확하고 거리계산도 잘되어 있고,

다른데로 새는 탐방로가 없어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마운 맘에 한컷!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내려가는 길은 정말 가파릅니다.

백무동은 쨉도 안 될 정도로..

 

내려가는 사람이 가파르다고 느낄 정도면 올라오는 사람한테는 죽음이라는 얘깁니다.

 

이제 홀가분합니다.

 

백무동 쪽은 시야가 가려서 찍을 사진이 별로 없었는데,

중산리는 저 멀리 능선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몇컷 찍어둡니다~














요기는 찍고나서 세수도 한번 해주셨다..ㅎㅎㅎ

산속의 물은 시원하기도 하지만,
걷는 중에 씻기 때문에 엄청 상쾌하다~



완만한 경사를 한참을 걸으니 이제 확트인 도로가 나오는데 
중산리 입구까지 2.4km라고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이 법계사 버스가 이쪽으로 오니 그거 타고 가자고 얘기하는 걸 듣고 

나도 묻어갈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안그래도 짧은 코스로 등산했는데
전문산악인의 자세는 이게 아니다 하는 생각에 마저 걷기로 합니다..

 

어짜피 도로니까..
힘이 별로 들지 않을거라는 생각은 20분 정도 걸으니 저절로 없어집니다..

 

그냥 그거 타고 갈걸 하는 후회는 버스가 세번째 지나가는걸 보고서 들었고,

히치하이킹을 할까 생각했지만,

거의 다와서 버스를 타면 타서 얻는 편함보다 잃는 명분이 더 큰 법입니다..

 

이왕 늦은 거..
노래 흥얼거리면서 느긋하게 갑니다..

 

그래도 멀긴 멉니다..
힘도 좀 빠진 상태라 힘든건 힘든겁니다.. ㅎㅎㅎ

 

 

그러기를 40분쯤 드디어 중산리 입구도착..

동동주나 막거리에 도토리묵 생각이 간절했지만,

연휴라 버스편이 없을까봐 원지에 가서 먹기로 하고 버스를 타려고 물어보니

버스타는 곳은 1.5km 더 내려가야 한답니다...

줸장!

 

이너넷에 매시각 5분마다 원지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니..

걸어가도 충분하겠다 싶기도 하고 여태 걸었는데 여기서 택시 탈 순 없다는 생각으로 다시 걷습니다..

 그래~
 
전문산악인은 그래야 하는 법!!!

 

햇살이 따갑고 길도 단조롭고
결정적으로 내려가는 택시가 두번 왕복하는 걸 보고 바로 후회합니다..

 

이 넘의 후회하는 인생!

 

역시 전문산악인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ㄷㄷㄷ






출발하기 직전의 버스를 겨우 타고  

진주터미널까지 가기 전 원지에서 예약전화를 하는데 잘 안터지는 줸장할 르그텔레콤!!
 

겨우겨우 통화했더니 네시간 뒤에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어쩔 수 없이 진주시외터미널까지 갑니다..

 

내려서 예매하고 진주만 가지고 있는 음식을 먹을까하고 둘러보니 터미널은 터미널입니다..

 

압구정김밥과 김밥천국 딱 두군데 밖에 없는데.. 

강남 vs 천국은 강남이 win이므로 압구정 김밥으로 향합니다..

 

소주나 막걸리, 동동주에다 도토리묵을 먹고 싶었으나 차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시원한걸 먹고 싶어서 냉면 주문!

가격도 착합니다.. ㅎㅎ

국물까지 쪽쪽 빨아먹고 터미널로 갑니다.. ㅎㅎ

 

 

배 두드리면서 버스탑승하고

내 옆자리는 이쁜 츠자가 않아서 통성명하고 서울까지 깊은 이야기를 나누다

연락처까지 주고 받는 일이 일어날 거라는 상상만 잠시 해보고 자리에 앉는데

정말 츠자가 와서 앉습니다..

 

하지만..
전날 산장에서도 잠을 못자고
 

장시간 산행으로 몸이 지칠대로 지쳐서 입을 놀릴 힘이 없습니다..

 

출발전부터 이미 잠들어 버렸고, 중간에 눈한번 떴다가 다시 뜨니 이미 남부터미널..

 

지금부터 시작하기는 너무 늦었기도 늦었거니와 잠이 덜깨서 비몽사몽간이라..

그 츠자의 행복을 맘속으로 빌어주고 전철을 탑니다..

 

다시 나오기 귀찮아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사들고 집에 들어가서 바로 샤워하는데;;;

~
물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남은 팩소주와 사온 먹을거리 잠시 해치우고 누웠는데..

세상이 다 내 것 같습니다.. ㅎㅎ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감도를 높여 둔 채 잊어먹고 찍어댄 사진이라

선명하지 못한 사진이 꽤 많았다는게 너무너무 아쉽습니다.

 

물론 담에 또 오를거지만..ㄷㄷㄷ 

  

그래도 첨 올랐던 천왕봉에서 일출을 봤으니, 정말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일출 보는데 대해서 늘 뜨는게 해인데 왜 추운데 가서 저걸 보는지 이해를 못했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좀 달라졌고,
이번에 천왕봉에서 바라본 일출은 그 인식을 싹 바꿔놨습니다..

 

  

이번달은 지른게 좀 많고..

다음에도 질러야 할게 좀 있어서 빠듯합니다..

 

수입은 한계가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1%대 수익률에서 해메고 있는 펀드를 해지해서

요녀석을 구입해야 겠습니다..

 

하체근력강화에 나서서 올해 내로 23일 종주를 하고

언젠가 서북능선종주에 성공하고야 말리라~

 

꼴랑 12일 다녀와서는 이게 무슨 범우주적 설레발이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무박이 아닌 1박으로 그것도 지리산으로 다녀온데다가

장엄한 일출을 봤으니 완전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 요즘 광우병 문제로 시끄러우니 흥분의 순대국밥이다?

.. 이것도 아닌가?

 

 

어쨌든..

좀 갈등하고 있던 문제를 과감히 결단 내리고 홀가분한 맘으로 내려온 의미있는 산행이었고,

동네산악인에서 국내 최대높이의 산을 무리 없이 다녀온 바!
전문산악인으로 거듭난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듯한~ .. 이것도 역시 아닌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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